제171호
이병재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2024년 대선 트럼프의 "압도적" 승리?
2024년 11월 5일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많은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상을 깨고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였다. 7대 경합주로 알려진 네바다,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의 선벨트는 물론 위스컨신,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러스트벨트에서 모두 승리하였으며, 뉴욕 등의 동부지역, 남서 텍사스 국경 및 플로리다 남부 지역 등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가 강했던 지역에서도 트럼프의 득표율이 증가하였다. 트럼프는 선거인단에서 312 대 226으로 승리하였으며, 총득표수에서도 77,269,255표 (49.9%)를 얻어 74,983,555표(48.4%)를 얻은 해리스를 누르고 2004년 조지 W. 부시 이후 처음으로 총득표에서도 승리한 공화당 후보가 되었다. 공화당은 상원과 하원에서도 승리를 거둠으로써 소위 “governing trifecta”를 달성하였다. 승리가 확정된 후 트럼프는 “America has given us unprecedented and powerful mandate”라는 주장을 하기도 하였으며, 이러한 압도적인 승리를 바탕으로 선거 기간 중 내세운 주요 아젠다인 관세 인상, 대규모 불법 이민자 본국 송환 등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Marco Rubio), 국가안보 보좌관 마이클 월츠(Michael Waltz) 등의 중국 강경론자들을 전면에 배치함으로써 중국과의 대결 구도를 이어갈 것을 명확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무리된 각료 인선 작업의 특징은 “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는 트럼프의 슬로건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사람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2기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추진력의 바탕에는 대선, 상원, 하원에서 거둔 압도적인 승리가 깔려 있다.
본 글에서는 2024년 대선에서 나타난 트럼프와 공화당의 압도적인 승리의 요인과 주요 인구학적 특징을 살펴본다.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미국의 소수인종, 특히 흑인과 라티노 남성의 트럼프 지지의 증가가 트럼프 승리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된다. 흑인과 라티노는 오랜 기간 동안 민주당의 주요 지지기반이었기 때문에, 이 인구집단의 민주당 지지에서의 이탈은 근본적인 미국 유권자 지형 재편의 서막일 수도 있다.
우선, 11월 5일 선거의 결과가 압도적인 것이었는가에 대한 좀 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대선 결과를 살펴보면 선거인단과 총득표에서 트럼프가 승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총득표수는 과반에 미치지는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상원에서 공화당이 3석을 추가하여 53석을 확보하였으며, 하원에서도 공화당은 220석을 얻어 다수당이 되었지만, 민주당과의 의석 차이는 5석에 불과하다. 이러한 선거 결과를 2016년과 2020년의 선거와 비교해보자. 2016년의 선거에서 트럼프는 선거인단에서 232(클린턴):306(트럼프)으로 승리했지만, 총득표수에서는 62,985,106 (45.9%)를 얻어서 65,853,625 (48.0%)를 얻은 클린턴보다 2,868,519표를 덜 얻었다. 또한,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2석을 잃기는 했지만 52석으로 다수당을 유지했으며, 하원에서는 241석으로 다수당이 되었다. 2020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는 선거인단에서 306:232로 승리를 거두었으며, 상원에서 민주당이 50석으로 다수당이 되었으며, 하원에서 222석으로 다수당이 되었다. 이러한 결과를 보면 2016년과 2020년의 선거 결과 역시 소위 “governing trifecta”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트럼프가 말하는 2024년 선거에서 공화당이 전례 없는 압도적인 위임을 받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취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공화당의 상원의원 중 3명의 상원의원은 공개적으로 트럼프에 비판적이며 2021년에 진행된 트럼프 탄핵에서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이다(Lisa Murkowski; R-AK, Susan Collins, R-ME, Bill Cassidy, R-LA). 게다가 맥카시 전 하원의장의 축출 과정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하원 공화당 내의 프리덤 코커스의 존재와 영향력은 의회 내의 트럼프 지지 기반이 견고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트럼프와 공화당에 대한 유권자의 견고성을 살펴보자. 이번 미국 대선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가 예상보다 강하게 나타났으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는 예상보다 약하게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요인으로 지적되는 것은 인플레이션과 불법 이민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진행된 통화팽창의 결과로 인해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유권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업률을 비롯한 기타 경제 지표들은 미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문제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인플레이션(생계비)이었다. 인플레이션은 2022년 6월 9.1%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차츰 감소하였으나 여전히 높은 상태이다. 2020년 평균 갤런당 $2.17이었던 가솔린 가격이 2023년 $3.95로 치솟았으며, 예컨대 40만 달러 상당의 주택을 20% 다운페이먼트했을 경우 2021년에는 한 달에 $1800을 지불해야 했는데, 지금은 $2,500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미국의 객관적인 경제 지표는 매우 좋다. GDP 성장률은 유럽의 2배에 가깝고, 실업률은 4.5%에 불과하며, 인플레이션도 잡히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의 유권자들이 트럼프 행정부 첫 3년의 호경기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가지고 있으며, 2020년에 시작된 불경기를 바이든 탓으로 돌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종합하자면 경제가 트럼프 당선에 미친 영향이 “경제 상황이 나빠서 트럼프가 당선되었다”라고 단순히 말할 수는 없지만, 인플레이션이 영향을 미쳤다는 점은 지적할 수 있다. 유권자들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 실제 경기지표에 비해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경우 트럼프에 대한 지지 역시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셋째 특징은 흑인과 라티노를 비롯한 소수 인종 남성의 민주당 지지와 트럼프에 대한 지지의 증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많은 보도와 달리 사실 흑인 인구의 트럼프 지지율은 2020년과 비교하여 커다란 변화를 보인 것은 아니다. CNN 출구조사 결과에 의하면 흑인의 트럼프 지지율은 2016년 8%, 2020년 12%, 2024년 13%였다. 2016년에 비해 2020년에 상승한 반면, 2024년에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였다.1) 흑인 남성의 트럼프 지지율은 2016년 13%, 2020년 19%, 2024년 21%로서 2020년과 2024년 사이에는 커다란 변화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AP/Fox 사후 여론조사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주는데, 흑인 남성의 트럼프 지지가 2020년의 12%에서 24%로 증가하였음을 보여준다.2)
CNN 출구조사에서 라티노 남성의 경우 변화는 좀 더 두드러진다. 라티노의 경우 남성 트럼프 지지율은 2016년 32%, 2020년 36%, 2024년 55%로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인다. 반면 라티노 여성의 트럼프 지지율은 2016년 25%, 2020년 30%, 2024년 39%로 트럼프 지지의 폭이 남성에 비해 완만하다. AP/Fox의 사후 여론조사에서 라티노 남성의 트럼프 지지율은 2020년의 38%에서 2024년 48%로, 여성은 32%에서 39%로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CNN의 출구조사 결과에 비해 증가폭은 적지만, 2020년에 비해 2024년에 라티노 남성의 트럼프 지지가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는 American Electorate Survey for Hispanic Voters에서 라티노 인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3) 해당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티노 남성과 여성의 해리스 지지는 각각 56%와 66%로 트럼프에 비해 높지만, 18세-39세의 경우는 51%(해리스):48%(트럼프)로 두 후보에 대한 지지가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종합하면 라티노 인구의 민주당 지지에서의 일탈은 서서히 진행되었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두드러졌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라티노의 민주당 일탈은 사실 2016년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관찰되었던 현상이다. 2016년 트럼프는 27% 정도의 라티노 지지를 받았는데 이는 롬니가 2014년에 받았던 득표율보다 높았던 것이다. 트럼프가 2014년 출마 선언에서 했던 멕시코 이민자들에 대한 막말에도 불구하고 라티노의 트럼프 지지가 상승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으며, 민주당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라티노 인구 구성의 변화를 보면 이러한 변화는 예측 가능했다. 라티노 인구는 이제 귀화한 1세대 라티노 미국인보다는 미국에서 태어난 2세대 이상의 인구가 훨씬 많다. 2세대 이상의 라티노, 즉 미국출생 라티노는 1세대 라티노와는 달리 이민 문제에 부여하는 중요성이 떨어진다.
텍사스 남서부 국경 지역 등 라티노 인구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지역에서 나타난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의 상승세는 주목할 만하다. 이 지역에서 여전히 민주당 지지의 강세는 유지되지만 점차로 약화되는 것이 사실이다. 라티노 인구 밀집 지역에서도 이민 문제가 가지는 중요성은 감소하고 있다. American Electorate Survey for Hispanic Voters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라티노의 경우에도 중요한 이슈는 인플레이션(52%), 고용/경제(36%), 주택(27%), 건강보험(25%)로 나타났으며, 낙태(23%), 미국 내의 이민자 보호(21%), 총기 문제(18%)가 뒤를 이었다. 국경 문제는 14%로 낮게 나타났다. 이민은 라티노 인구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이슈는 아니었던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경제 상황의 변화는 라티노의 트럼프 지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넷째, 현직 응징(incumbent punishment) 효과를 살펴보자. 기존의 정치학에서 제시되어 온 이론은 현직 대통령의 정당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세계 각국의 선거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혹자는 이러한 현상을 현직 응징(incumbent punishment)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Financial Times의 John-Murdoch의 11월 6일 자 기사에 따르면 2024년에 선거가 있었던 주요 국가에서 현직 정당은 대부분 패배하였다(<그림 2> 참조).4) 대표적으로 영국, 프랑스, 일본, 인도 등을 들 수 있다. 다른 나라들에 비하면 미국의 경우 민주당은 패배하였지만, 격차가 적은 편이라 볼 수 있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경우도 인플레이션이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였으며, 14년 만의 정권교체를 발생시킨 주요 요인이었다. 미국의 경우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고 지지율이 지속적으로 낮은 상태에서 현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인플레이션과 결부된 현직 응징의 효과가 일시적인 것일지 혹은 지속된 것일지에 대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이 트럼프 지지기반의 견고성에 대한 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데이터가 필요하다.
다섯째, 현재 미국을 나누는 가장 큰 축은 대학 졸업 여부(Diploma Divide)라고 볼 수 있다. 대학 졸업 여부에 따라 트럼프/해리스 지지는 물론 낙태 및 gender fluidity의 문제에 대한 태도 등이 크게 나뉜다. 저학력 및 저소득층에 미치는 생활고의 문제를 트럼프는 이민 문제와 잘 연결했다. 예를 들어, 선거 운동 기간 중 많이 논의된 오하이오의 스프링필드(Springfield, OH)나 펜실베이니아의 샤를르와(Charleroi, PA) 지역의 아이티 이민자의 문제는 실제 거주자들에게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었으며, 트럼프는 이러한 이민자로 인해 초래되는 러스트 벨트 백인 사회의 공포를 잘 활용하였다. 앞서 지적한 소수 인종의 트럼프 지지가 과연 정체성 정치의 쇠퇴를 보여주는 것인지, 또는 코로나-19 이후 발생한 인플레이션의 효과가 젊은 소수인종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 것에 기인한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 가용한 데이터 분석의 결과는 경제상황의 변화에 따라 라티노 인구의 트럼프 지지는 지속되지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2026년의 중간 선거에서 하원의 경우 민주당의 탈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2024년 선거에서 나타난 트럼프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예상보다 취약한 지지기반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위임”은 2026년 말까지 대략 2년 간의 기간 동안 유효한 것일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단임의 대통령이 하원의 프리덤코커스, 트럼프에 비협조적인 상원의원들은 물론 트럼프의 정책에 대해서 제동을 걸 것으로 예상되는 연방법원 판사들의 반대를 뚫고 관세 정책, 대규모 불법 이민자 송환, 반도체 및 과학법 개정, 인플레이션 감축법 개정 등을 포함한 엄청난 조치들을 성공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일 수도 있다.
1) https://edition.cnn.com/election/2024/exit-polls (검색일: 2024년 12월 12일).
2) https://www.foxnews.com/elections/2024/general-results/voter-analysis (검색일: 2024년 12월 12일).
3) https://unidosus.org/publications/2024-american-electorate-voter-poll-of-hispanic-voters/ (검색일: 2024년 12월 13일).
4) https://www.ft.com/content/e8ac09ea-c300-4249-af7d-109003afb893 (검색일: 2024년 11월 7일).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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