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9호
송경호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은 어떻게 명명되었는가?: 1990-2024년 빅카인즈 데이터에 대한 기초 분석
2024년 2월 21일,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이하 ‘통합위’)는 「북배경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이하 ‘특위’) 출범식을 열었다. 통합위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2024 년 2월 7일 신년 대담에서 “북한 주민은 우리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며, 최소한 인간의 존엄성 을 지킬 수 있는 도움을 줘야 하고, 현실적으로는 탈북민에 대해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 다”라고 말한 것이 그 배경이었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대담에서 사용한 ‘탈북민’ 대 신, ‘북배경주민’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통합위 보도자료는 ‘북배경주민’에 대해 “다수 국내 입국자의 거주 기간이 ‘10년 이상’인 점을 고려, 변화한 시대상을 담은” 표현이라고 설명한다.
한편, 해당 보도자료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이날 특위 출범을 축하하면서 “지난 1월 국무회의에서 대통령께서 말씀하신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은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 에 관한 법률」 시행일인 7월 14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덧붙여져있다. 탈북민이나 북배경주민이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법률적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종합하면, 하나의 문 건에서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세 가지 표현(탈북민, 북배경주민, 북한이탈주민)이 동시 에 등장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2월 22일 자 『중앙일보』 기사에는 ‘북배경주민’이라는 표현에 대한 김한길 국민통합위 원장의 설명이 소개되어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최근 조사에서 북배경주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편견은 북배경주민에게 아픈 상처가 되고 미래에 통일됐을 때도 사회 통합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이제는 북한이탈주 민에서 ‘북한이탈’이란 말의 꼬리를 빼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북배경주민이란 용어는 북한 이탈을 넘어서 대한민국 곳곳에 정착하고 있는 분들을 위한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7월 10일, 통합위는 「북배경주민과의 동행」 특별위원회 정책 제안 심포지엄을 개 최했다. 이에 대한 통합위 보도자료는 기본적으로 북한이탈주민이라는 표현을 유지하면서, 이에 대 한 명칭변경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별도의 설명 없이 북배경주민이라는 용어를 다른 표현들과 혼용한 이전의 보도자료에 비해 한발 물러난 입장으로 이해된다.
[그림 1] 출처: 대통령직속 국민통합위원회 보도자료, “국민통합위, 북한이탈주민 국내‧제3국 출생 자녀 교육 지원에 힘쓴다” (2024년 7월 10일)
2024년 7월 12일 통일연구원은 “북한이탈주민의 날 제정 기념 탈북민 정책 추진 방향과 북한인권”이라는 주제로, 「통일정책포럼」을 개최했다. 2024년 7월 12일 자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이 포럼에서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은 “공식 법률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을 계속 사용하되, 사회적으로는 탈북민이 국민이라는 점을 부각하는 차원에서 ‘탈북국민’이라는 명칭 사용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탈북민들은 대한민국 국민에도 불구하고 일반 국민들은 북한 사람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탈북민을 국민으로 바라보게 하는 접근과 정책을 강화해야 탈북민이 국민의 일원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질 수 있고 탈북민의 사회적응 및 일반 국민들과의 사회통합도 촉진될 수 있다”라는 주장이었다.
2024년 7월 17일자 『아시아경제』 기사에 따르면, 통합위가 특위 출범 직후인 올해 3월 통일연구원에 “북배경주민 정착지원 발전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해당 연구에선 탈북민 명칭을 대체할 선택지로 '북배경주민'이 좋겠다는 의견은 2~3%에 불과했다.
[그림 2] 출처: “통합위, 탈북민 명칭조사 '꼴찌'에도 '北배경주민' 제안,” 『아시아경제』 (2024년 7월 17일)
이러한 배경에서, 본고에서는 북한을 탈출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들이 시기별로 어떻게 다르게 사용되어왔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하나의 기초 자료로서, 1990-2024년 빅카인즈 데이터에 대한 기초적 분석을 수행했다. 구체적으로, 빅카인즈(bigkinds.or.kr)에서 1990년 이후 2024년 8월 12일 현재까지 관련 키워드에 대한 검색 결과를 종합해 분석했다. 대상 키워드로 ‘탈북자’, ‘탈북민’,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북한 난민’, ‘북한 이주민’, ‘북한 망명자’, ‘북향민’, ‘북배경주민’, ‘탈북국민’, ‘하나민’으로 설정했다.
위 키워드들에 대한 단순 수집 결과, 해당기간 동안 209,883건의 기사가 확인됐으며, 중복 수집된 기사를 제외한 209,637건을 1차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아래 [그림 3]과 같이, 우리 언론에서 탈북자, 탈북민가 많이 사용되었고, 북한이탈주민, 새터민, 북한 난민, 북한 이주민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북한 망명자는 1,482건, 북향민은 156건, 북배경주민, 탈북국민, 하나민은 각각 102건, 38건, 24건에 불과했다.
[그림 3] 키워드별 기사 수
한편, 이를 주요 키워드와 기타 키워드로 구분해 시계열로 표현한 결과는 아래 [그림 4]와 같다. 주요 키워드의 경우, 주로 탈북자가 사용되다가 2019년을 기점으로 탈북민이 더 많이 사용되었으며, 새터민과 북한이탈주민이 경합하다 새터민은 2012년을 정점으로 사용이 급감하는 경향을 확인할 수 있다. 기타 키워드의 경우, 1990년대 북한 망명자가 주로 사용되다가, 2000년대에는 북한이주민이 대체로 많이 사용되었으며, 앞서 언급한 최근의 이슈에 따라, 2024년 북배경주민의 등장 빈도가 102건으로 급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키워드별 기사 수의 시계열적 변화
추가적으로, 앞서 언급한 통합위 보도자료의 사례처럼, 하나의 기사에서 다수의 표현이 동시에 등장하는 경우, 교차 사용되는 경우 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각각의 키워드의 사용 방식을 확인하고자 했다. 빅카인즈에서 제공하는 뉴스 식별자를 기준으로 중복 기사를 제외하고, 각각의 기사에서 사용된 키워드들을 종합한 결과, 총 140,406건의 기사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다.
그 결과, 단독 사용으로는 탈북자가 47,40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북한이탈주민 24,548건, 탈북민 17,204건, 북한 난민 14,688건, 새터민 13,200건, 북한 이주민 2,925건, 북한 망명자 1,075건으로 나타났다. 북향민, 하나민, 북배경주민, 탈북국민이 단독으로 사용된 경우는 각각 63, 12, 7, 6건에 불과했으며, 그나마도 2010년대 이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림 5] 단독사용된 주요 키워드별 기사 수의 시계열적 변화
하나의 기사에 여러 표현이 공동으로 사용된 경우로는 탈북자와 탈북민이 5,32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탈북자와 새터민이 3,531건, 북한이탈주민과 탈북민이 2,760건, 탈북자와 북한 난민이 2,673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 외에 탈북자와 북한이탈주민(865건), 새터민과 탈북민(676건), 북한이탈주민과 새터민(549건) 등의 조합이 확인됐다. 3개의 키워드 즉 탈북자, 북한이탈주민, 탈북민이 동시에 사용되는 경우는 668건, 탈북자, 새터민, 탈북민의 경우는 526건이 사용되었으며, 대체로 특정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에서 용어 사용의 경합 과정에 집중적으로 혼용되었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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