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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호] 김현 전문연구원 - 북한의 국제보호지역 활동 현황과 특징

최종 수정일: 10월 2일


제166호


김 현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북한의 국제보호지역 활동 현황과 특징



북한은 최근 김정은이 대한 이후 한국과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핵 도발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 핵무기 개발로 상징되는 북한의 행동은 북한이 국제사회 규범을 무시하는 존재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북한이 오랜 기간 국제사회의 규범에 따라 활동해왔던 영역도 존재한다. 그 대표적 사례가 국제보호지역 관련된 국제협약과 국제기구이다. 북한이 국제보호지역과 관련 국제기구 및 협약에 참여한 것은 1970년대부터이다.

북한은 1979년 유네스코 MAB 프로그램에 참가해서 1987년 MAB 국제조정위원회 이사국으로 피선되었다. 생물다양성협약에는 1992년 참가해서 협약 의무인 「생물다양성 전략 및 행동계획」을 1998년 작성해서 이를 바탕으로 협약 의무 이행을 하고 있다. 람사르협약은 국제적으로 1971년 채택되어 1975년 발효되었는데, 북한은 2018년이 되어서야 가입했다. 세계유산협약은 1972년 채택되었는데, 북한은 1998년에 가입했다.

MAB 프로그램 관련 북한은 1989년 백두산을 시작으로 해서 2004년 칠보산, 2009년 묘향산, 2018년 금강산까지 총 4개 지역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했다. 또한 동북아지역 MAB 국가 위원회가 공동으로 설립한 동북아생물권보전지역네트워크(EABRN)에도 참여했다. 이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은 한국의 지원을 받아서 보호지역의 관리 및 보전 역량을 강화하고, 보호지역의 생태를 조사, 수집하는 활동을 2000년대부터 벌여왔다. 다만, 2010년대 이후 북한 핵실험으로 유엔 제재가 강화되면서 국제협력, 남북협력을 통한 보호지역 관리 및 보전 관련 사업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부터 북한은 MAB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한편 동시에 생물다양성협약에 가입하면서 국제규범 이행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1998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생물다양성 전략 및 행동계획」을 작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보호지역의 설정과 관리에 관한 조치를 취해왔으며 이에 관한 내용을 보고서(「전략 및 행동계획」)로 정기적으로 제출해왔다. 이 보고서에서 특징적인 부분은 북한이 이행 현황으로 보고한 사업 대다수가 UNEP, GEP, ICF, BI 등 국제기구의 지원을 받거나 또는 협력 사업이었다는 점이다. 독자적으로 진행된 경우는 법 개정과 보호지역의 범위 확장 이다.

북한은 보호지역의 면적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왔지만 실제 이 보호지역을 관리ᆞ보전할 수 있는 능력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행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협약 이행의 문제점으로 항상 기술적, 재정적 어려움을 언급하고 국제적 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제 제재가 강화되면서 이런 문제는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또 다른, 특징은 보호지역에 대한 북한의 국가적 관심이 초기부터 관광 사업에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1990년대 후반부터 생물권보전 지역의 보호, 관리를 통해 에코투어리즘을 추진하고자 했으며, 이런 입장이 김정은 시기에도 계승, 심화되어 있다.

람사르협약의 경우, 북한은 2018년에 가입했지만, 습지에 대한 관심은 2000년대 초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은 2000년대 초반부터 철새(습지) 보호구를 청천강, 압록강 등에 12개 추가 지정하면서 이미 약 24개의 보호지역을 국내적으로 지정해서 운영해왔다. 그리고 김정은 집권 이후 2010년대 중반부터 습지 보호에 대한 국내적 관심이 증가했고 다양한 국제기구와 협력해서 습지 보전 사업 및 회의에 참여했다. 이런 활동을 바탕으로 북한은 2018년 람사르협약에 가입했고 2개의 지역을 람사르습지로 지정했다. 다만, 북한은 람사르습지 신청시 제출하는 RIS(람사르습지 정보양식)에 주요한 정보들을 누락하고 있고, 국가보고서 역시 제출했는지 불확실하다. 또한 기부 금 역시 연 1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지만 의무 이행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유산협약의 경우, 북한은 두 개 지역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는데, 첫 번째 고구려고분군은 북·중 협력의 결과이고, 두 번째 지역인 개성역사유적지구는 남북한 협력사업의 결과이다. 개성역사유적지구와 관련해선, 2000년대 남북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지던 시기 남북은 공동조사, 발굴, 보전 사업을 진행했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북한은 이 장소를 세계유산으로 2013년 등재시켰다. 그 이후, 김정은은 세계유산의 등재를 강조했고 이런 지시에 자극을 받아 「민족유산보호법」 을 제정해서 국내법을 세계유산협약 등 국제규범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이로써 세계유산 의 추가 등재를 목표로 했다. 다만, 세계유산 등재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되고 이를 위해선 외부 지원 또는 협력이 필요한데 제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자력으로 추가 등재는 현실적 으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김정은 정권이 이처럼 국제규범 이행에 적극적이었던 이유는 개성역사유적지구에 관한 이행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이행보고서에 나타난 북한의 주된 관심은 세계유산을 관광지역으로 운영하는데 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 실행계획을 가지고 내부 사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이처럼 다양한 국제기구와 협약에 참여해서 국제보호지역을 운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지역을 국제보호지역으로 운영하려는 의지를 밝혀왔다. 그 의도는 앞서 언급했듯이 관광 사업을 국제적으로 활성화시켜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간 활동 현황에서 파악할 수 있듯이, 북한의 국제보호지역 운영은 한국을 위시한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 없이는 제대로 진행될 수 없었으며, 핵무기 개발로 인한 국제사회의 제재로 인해 만성적 관리 문제를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최근 중국이 제재 레짐에서 이탈하면서 중국의 지원이 활성화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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