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5호
이 병 재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미국 정치의 양극화와 다양성
최근 20여 년 동안 양극화에 대한 이론적, 경험적 논의가 다양화, 심화되어 왔다. 하지만, 진보-보수 혹은 민주당-공화당 지지라는 이분법이 여론을 얼마나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에는 보수-진보의 차원만이 아니라 기득권 및 제도에 대한 신뢰 차원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Uscinski et al. 2021). 즉, 양극화는 진보-보수로만 설명되기 어려운 복잡한 현상이라는 의미이다. 지난 2020년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비롯해 미국의 최근의 투표 결과만 해도 해석이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최근의 데이터는 이러한 단순한 도식으로는 현재 미국의 유권자 집단의 다양성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를 나누는 커다란 쟁점은 인종 문제와 더불어 친기업 여부, 조세, 낙태, 이민 등이라고 볼 수 있는데, 공화당 내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 민주당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민주당 지지자는 인종 문제에 대해서 비교적 유사한 입장을 가지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 어느 정도의 변화가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입장차가 존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나온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의 데이터는 미국 유권자의 구성에 대해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데이터는 2021년 7월 8일~18일에 10,221명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와 2020년 이후 진행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퓨리서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 구성의 이념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종 문제는 여전히 민주당과 공화당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쟁점이다. 둘째, 민주당 지지자는 공화당 지지자에 비해 여전히 큰 정부를 선호하지만, 그 정도에 따라 입장차가 존재한다. 셋째, 조세에 대해서는 공화당 내에서도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넷째, 공화당 지지자들 내에서도 트럼프에 대한 입장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다섯째, 미국이 세계에서 가지는 지위에 대한 의견에도 많은 차이가 있다. 여섯째, 거대 양당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며 제3의 정당 출현에 대해 우호적인 집단이 존재하지만, 이 집단들 간에 공통점이 거의 없다.
<그림 1> 정치집단 유형 (Pew Research Center)
이러한 인종, 조세, 정부개입, 트럼프, 미국의 지위 등에 대한 입장 차이에 따라 대략 다음과 같은 집단으로 분류가 가능하다(<그림 1 참조>). 우선 민주당의 경우를 살펴보자. 민주당은 진보 좌파(progressive Left), 기득권 리버럴(Establishment Liberals), 민주당 주축(Democratic Mainstays), 그리고 아웃사이더 좌파(Outsider Left)로 구성되어 있다. 진보 좌파는 이 네 집단 중에서 유일하게 비히스패닉계 백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서 진보적 입장이며, 인종 문제와 사회 안전망 확대 등에 대해서 광범위한 변화를 옹호한다(전체 인구 중 6%, 민주당 지지자 중 12%). 기득권 리버럴은 진보 좌파와 비슷하게 모든 쟁점에 대해 자유주의적 입장이지만 광범위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덜 찬성한다(13%; 23%). 세 번째 집단인 민주당 주축은 민주당 지지 집단 중 규모가 가장 크며, 평균적으로 연령층이 가장 높은데, 민주당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지지한다(16%; 23%). 하지만 몇몇 이슈에 대해서는 중도에 가까운 입장을 가지기도 한다. 아웃사이더 좌파는 가장 젊은 집단이며 2020년 대통령 선거에서 바이든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10%; 28%). 이들은 정치적 견해에 있어서 매우 진보적이지만, 민주당과 그 지도자들을 포함한 정치체제에는 깊이 실망한 집단이다.
공화당은 대략 네 개의 보수적인 집단으로 분류된다. 첫째, 종교 및 애국 (faith and flag) 보수 집단이다. 이 집단은 모든 이슈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고, 종교적 가치에 대한 정책적 보호를 옹호하며, 정치에서 타협을 신념의 포기와 동일시한다(전체 인구중 10%, 공화당 지지자 중 23%). 헌신적 보수주의자들(committed conservatives) 역시 대부분의 쟁점에 대해서 보수적이지만, 종교 및 애국 집단보다는 이민이나 미국의 위치 등에 대해서 온건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7%; 15%). 세 번째 집단은 포퓰리스트 우파(populist right)인데 다른 집단에 비해서 교육수준이 비교적 낮은 편이고, 주로 비도시 지역에 거주한다(11%; 23%). 이들은 이민자들과 대기업들에 매우 비판적이다. 이 밖에 모호한 우파(ambiguous right)는 가장 젊은 집단이며, 정부의 규모, 경제 제도, 인종과 젠더 문제에 대해 보수적이다. 이 집단은 우파 중에서 낙태 합법화에 찬성하며 마리화나의 오락적, 의학적 사용이 법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고 믿는다(12%; 18%). 이들은 트럼프에 대한 입장에서도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데 그들은 2020년에 트럼프를 지지하기는 했지만, 이제는 정치에서 트럼프가 퇴장하기를 바란다.
이 밖에 뚜렷한 정치적 당파성을 보이지 않는 집단인 스트레스 받는 방관자들(stressed sideliners)이 있다. 이들은 정치적 관여의 수준이 가장 낮다. 이들은 인구의 대략 15%를 차지하지만, 2020년 대선에서는 10% 정도만이 투표했다. 이들은 쟁점에 따라 보수적이기도 하며, 진보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보다는 정치에 대한 낮은 관심이 이들의 특징이다.
최근의 퓨리서치 센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미국 인구집단의 구성을 살펴보았다. 물론 이러한 분류 역시 대략적이며 더 세분화된 집단화가 가능할 것이다. 이 새로운 유형화가 보여주는 것은 미국의 여론 집단이 대략 인종, 정부 규모, 조세 등에 있어서는 양극화가 이루어져 있지만, 각 세부 쟁점에 대해서 매우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양당에 모두 스트레스를 받는 방관자 집단이 약 15%를 차지하며, 아웃사이더 좌파와 모호한 보수가 전체 유권자의 각각 10%, 12%를 차지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이러한 다양한 이념적 성향이 2022년 중간선거와 2024년의 대선에서 어떻게 변화할는지, 어떠한 연합을 이루게 될지 아직은 불명확하다. 하지만, 지난 11월 2일의 버지니아 주와 뉴저지의 주지사 선거 결과를 볼 때, 그리고 중간선거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법칙을 볼 때, 내년의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다수당의 지위를 잃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참고문헌>
Pew Research Center. 2021. “Beyond Red vs. Blue: The Political Typology” Nov. 9.
Uscinski, Joseph E., Adam M. Enders, Michelle I. Seeling, Casey A. Klofstad, John Funchion, Caleb Everett, Stefan Wuchty, Kamel Premaratne and Monohar N. Murthi. 2021. “American Politics in Two Dimensions: Partisan and Ideological Identities versus Anti-Establishment Orientations.”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65(4): 877-895.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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