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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호] 권소영 전문연구원 - 북한의 정권안보와 반쿠데타 장치

제128호


권 소 영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북한의 정권안보와 반쿠데타 장치


북한 사회는 지도자 개인이 정권에 대해 무제한적인 자유재량권을 가지는 사인주의 독재

정권(personalist dictatorship)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러한 정권에서는 정치 엘리트들의 운명이 독재자의 정치적 생존과 직결되어 있고, 국내적 지지를 얻기 위한 청중 비용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정치체제에서 불가능한 절대적 권한이 지도자에게 주어진다. 그런데, 두려울 것 없어 보이는 독재자가 유독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 바로 정권안보(regime security)다. 국가안보가 지배 엘리트의 구성과 무관하게 국가의 제도, 절차, 구조 등이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유지되는 상태를 지칭한다면, 정권안보는 지배 엘리트들이 무력적인 도전으로부터 위협받지 않으면서 그들의 통치를 지속하는 상태를 말한다.1) 강한 결집력을 갖는 지배연합에 의지하는 독재정권의 경우 정권안보는 곧 생존의 문제이다.


개인 독재체제의 취약점은 정권불안의 딜레마 (insecurity dilemma)에 있다. 경제 파탄이

나 내전으로 인해 실패국가로 전락하거나 폭력적인 권력 이양이나 폭동, 군사 쿠데타로 인해 무정부 상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독재자와 집권세력은 대외적인 위협만큼이나 대내적인 위협에 늘 긴장하여야 한다. 지배 엘리트들은 반대세력의 부상이나 지휘 통제체계에 있어 지도부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들에 주목하고 미리 방지해야 하는데, 특히 군부에 대한 견제가 중요하다. 사우디, 리비아, 이라크, 시리아 연구사례에서2) 공통으로 지목되는 정권안보 전략과 반쿠데타 장치(coup-proofing mechanism)는 바로 군부의 통제이다. 이들 독재자는 재래식 군부들이나 재래식 무기에 의존하지 않으며, 비밀군사 조직이나 전략군과 같은 평행적인 군부조직을 만들거나 비밀경찰 조직을 통한 군부감시기관을 만들어 군부의 세력화를 막는다. 이들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개발하는 대량학살무기도 외부적 위협보다는 내부적 도전세력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정은이 추진하는 핵-경제 병진노선은 북한의 경제력에 비해 많은 국가 능력을 투입하

기 때문에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항하는 잠재적인 세력을 키울 소지가 충분히 있다. 집권 초기에는 짧은 승계 과정에서 비롯된 부족한 정통성과 집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이 공포정치의 형태로 나타났다. 김정은은 자신의 후견인인 고모부 장성택과 그 추종자를 포함하여 잠재적인 위협이 될 만한 세력들을 과감히 제거하고, 아버지 김정일 시대의 핵심 군 간부들을 숙청하고 교체하는 등 권력 엘리트들의 구성을 다방면에 걸쳐 변화시켰다.


또한, 권력구조에 변화를 줌으로써 국방위원회의 해체와 당중앙군사위원회의 권한 강화,

당 엘리트의 군 요직 충원 등을 통한 당 우위의 당군 관계 형성, 군부 숙청이나 계급강등 및 재임용을 통한 군의 충성도 고취, 군 지도부와 군 실세 전면교체와 세대교체를 통해 군 엘리트들을 통제하였다. 또, 지배 엘리트들은 국내정치적 도전세력을 굴복시키는 수단으로 재래식 전력 담당 군부의 성장을 억제하는 당적 통제 강화에 집중해 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동기나 핵무력 고도화 전략도 전문적인 군인집단의 성장을 억제하는 반쿠데타 장치로써 활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재래식 군사력 강화는 군부가 잠재적 도전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그렇지만 핵무기 개발은 재래식 군사력의 필요성을 희석하고 재래식 무기를 핵무기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게 한다. 북한에서 핵무기 생산 결정 및 북한의 군사 부문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는 당중앙군사위원회가 관할하고 있고, 핵무기 개발과 군수산업의 총괄은 당군수공업부가 책임지고 있으며, 핵능력은 군부가 아닌 과학자들의 기술적 능력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핵전력과 관련된 결정사항들은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이 일임하고 있고, 정규군과는 별도의 군종으로 전략군이 일원적인 지휘통제체계하에서 당과 수령의 지시를 이행하도록 하고 있다.3) 이는 다른 사례에서 보았던 반쿠데타 장치로써 대량학살무기의 활용 방식과 흡사하다.


김정은 정권이 군을 어떻게 통제하는지, 지휘통제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는지의 흐름을 파

악하는 것은 북한의 정권안보 실태에 대해 파악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며 북한 정권의

현황과 향방의 추이를 암시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김정일이 선군정치를

표명하면서 군부를 파워엘리트 집단으로 포섭하는(co-optat ion) 군부통제전략을 선택했다

면, 김정은은 선군시대에 비대해진 군부의 힘을 빼고 성장을 억제하는 군부배제

(exclusion) 전략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하는 군사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핵전력에 대해 수직적이고 일원적인 지휘통제체계를 구축하며 국내정

치적 기반을 확립해 나가고 있다. 북한에서 핵무력은 외세의 개입에 대한 국가안보적인

담보이기도 하지만 국내정치적 도전세력을 굴복시키는 정권안보의 수단이기도 하다. 대내

적 위협 잠식과 체제 안정에 미치는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할 때 북한은 재래식 전력 대

신 핵정책을 포함한 비대칭 전략노선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다.


1) Alan Collins, Contemporary Security Studies,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16. p. 201.

2) James Quinlivan, “Coup Proofing: its practice and consequences in the Middle East,”

International Security, Vol 24, no. 2, 1999, pp.131-165; Gregory D. Koblentz, “Regime Security: A New Theory for Understanding the Proliferation of Chemical and Biological Weapons,”Contemporary Security Policy, Vol. 34, No. 3, 2013, pp.501-525; Christopher Way and Jessica L.P.Weeks, “Making i t personal: Regime Type and Nuclear Proliferation,”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Vol.58, No.3, 2013.

3) 김보미, “북한의 당군관계, 그 결과: 북핵개발의 국내정치적 요인과 핵전력 지휘통제체계,” 현대북한연구 20(3), 2017.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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