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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칼럼] 송경호 전문연구원 - 기후위기에 함께 적응하기


둘째가 밤새 기침하는 통에 잠을 설쳤다. 불안하게 첫째도 코를 훌쩍거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오픈런을 노리고 도착한 병원에는 마스크를 쓴 선객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 고생할 생각하니 한숨이 나왔다. 진료실 안에서는 아이들의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애들이 더 많거나 맞벌이라도 한다면 얼마나 더 힘들까. 한바탕 울고 나온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부모를 보면서 동료의식을 느꼈다. ‘고생이 많으십니다.’ 눈으로 인사했다.

환절기마다 벌어지는 풍경이다. 봄, 가을이 없어진 지도 오래다. 나이를 먹어서 더 민감하게 느끼는 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때문은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며칠 전만 해도 유난히 따뜻하더니 갑자기 추워졌다. 동파육 레시피도 아니고, 사람을 찌고 굽고 튀기고 삶는 느낌이다.


비정상성(non-stationarity)과 깊은 불확실성(deep uncertainty)은 기후위기 특징이다. 일기예보가 아니라 일기중계란 말도 농담이 아니다. 이미 늦은 듯하나, 감축을 위한 범지구적 협력과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국가들이 얼마나 약속을 지킬지는 미지수다. 소비 수준이 높은 국가일수록 감축 준수 수준이 낮다는 연구 결과는 하여 더 비극적이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아야겠지만, 이대로라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각오해야 할지 모른다. 현실에서는 그 시나리오에서조차 예측하지 못했던 재난이 일어날 수도 있다. 상황이 이러니, 완벽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영오 교수(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는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실패가 가장 적은 강건한 전략, 시행착오로부터 배우면서 자신의 결정을 지속적으로 갱신해 나가는 민첩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기후변화 적응에 필요한 것들이다. 감축에 비해 간과되는 경향이 있지만, 적응은 중요한 문제다. 감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되, 이미 도래한 기후위기 속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며 살아갈 방편 역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태동 교수(연세대 정치외교학과)는 ‘기후변화와 도시: 감축과 적응’(2023)에서 도시와 지방정부가 기후변화 적응에 선도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 문제이지만, 취약성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적응에 관련해 리빙랩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요컨대 지자체뿐만 아니라, 기업, 주민 등 관련된 주체들이 문제를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공동창조하는 방식이다. 비정상적이고 불확실한 기후위기 상황에서 적응의 당사자들의 참여는 필수불가결하다.


그러나 각 지역과 부문별로 리빙랩 방식을 적용하기 위해선 기존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과정에 비해 많은 자원과 노력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모든 지역과 부문에 적용될 수 있는 완벽한 해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런 과정을 통해, 강건하고 민첩하게 적응하는 방법을 학습하는 수밖에 없다.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세계 곳곳에서 이러한 노력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둘러싼 협력과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초지방 기후네트워크’를 통해, 덴마크 작은 마을의 경험을 우리가 배우기도 하고, 서울 서대문구의 경험을 그들이 배워가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춰, 연세대와 서울시립대 연구진도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리빙랩 시스템 구축 R&D를 진행 중이다.


기후위기는 지구 어딘가의 일이 아니라 내 삶에 직결된 문제다. 동시에 한 사람, 한 지역, 한 국가가 온전히 홀로 ‘각자도생’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기후위기에 함께 적응하기 위해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동료의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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