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호
송 경 호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원)
북한연속간행물 획득 현황과 활용 과제
2009년 북한 당국은 U.N. 인권이사회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실무그룹 제6차 회기에 국가보고서(A/HRC/WG.6/6/PRK/1)를 제출했다. 해당 보고서는 “인권 부문에서의 국가적 노력과 경험들, 도전과 전망들뿐만 아니라 인권에 관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원칙적 입장,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한 법적・제도적 구조와 정책들”을 서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I-1-4). 그러나 이 보고서에 대한 U.N.과 국제사회의 이후 반응들을 고려할 때, 해당 국가보고서의 명시적 작성 주체인 특별전문위원회, 그리고 북한 당국이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지 못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특히 해당 보고서에서 서술하고 있는 내용의 신빙성과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제출한 정례인권검토는 흥미로운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다. 그 일례로 “E. 사회적・정치적 생활에의 참여권” 부분에서 “모든 공민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가진다”고 말하면서, 그 근거로 국내에 “480종의 신문들이 발행되어 전국적・지방적 차원에서 공장・기업소와 대학들에 배포되고, 수백 가지 종류의 잡지들이 수십 개의 출판사들에 의해 간행되고 있다. 모든 공민은 텔레비전과 출판물들을 통하여 자신들의 관점과 의견들을 표현할 수 있다. 그들은 헌법과 관련된 법률들에 의해 문학 및 창작활동의 자유를 가진다”고 주장한 바 있다(IV-1-42).
물론 이러한 북한 당국의 주장이 그 자체로 믿을만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존재한다. 실제 480종의 신문들이 발행되고 있는지, 텔레비전과 출판물에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지, 그 외 문학 및 창작활동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는지 등의 의문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북한 내에 얼마만큼의 신문과 잡지가 발행되고 있는지, 연속간행물별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북한 당국의 전반적인 언론 통제에도 불구하고) 그 속에는 얼마만큼의 자유로운 의견이 표현되고 있는지와 같은 의문 역시 합당하게 제기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통일부 북한자료센터>가 보유하고 있는 북한연속간행물들은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한 자료로 간주될 수 있다.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사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통일부 북한자료센터>는 177종의 북한연속간행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중 온라인에서 제목이 확인 가능한 전체 기사는 2021년 7월 10일 현재 1,027,833건에 이른다. 앞서 정례인권검토 보고서에서 북한 당국이 언급한 430종과는 큰 차이를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양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신문과 잡지 등 연속간행물이 전반적으로 북한 당국의 통제와 규율 하에 있으며, 북한 주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처럼 다양한 연속간행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롭다. 단지 내부적 체제선전 혹은 외부적으로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만으로 이처럼 다양한 연속간행물을 제작・출판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이 역시 한 가지 해석에 불과하다. 적어도 해당 연속간행물들의 실제 내용과 구성, 발간 과정과 주체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 없이 쉽게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그림 1] 획득된 북한 연속간행물 기사의 연도별 분포
북한에 연속간행물이 다수 존재하며 그 중 상당부분을 우리나라에서 자료로 획득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북한 연구자들에게 매우 커다란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위 [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심지어 최근에는 그 획득 자료의 양이 더 확대되고 있다. 해당 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다양한 연속간행물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의 동일하게 북한 당국의 시각이 재 반복되고 있을 뿐’이라는 결론이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이를 확인하기 위한 검토 작업은 필요한 것이다.
북한 연구자들 역시 이러한 사실을 자각하고 있으며 북한 연구 분야에서 연속간행물을 중심으로 한 연구 필요성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자료의 획득 자체가 용이하지 않고 그 범위와 분량이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에 지속성을 가지고 연구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 가지 반가운 소식은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서 북한의 연속간행물을 수집·관리하고 있으며 근래에 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그러나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이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에 요청해 획득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연속간행물 중 64개의 경우 텍스트 형태 혹은 PDF 파일 형태로 DB화 되어 있으며 아이템 수로는 124,157건(텍스트 48,094건, PDF 75,097건)에 이르지만, 이는 전체 기사의 12.92%에 불과하다. 게다가 도서류와 달리 연속간행물은 대출이 불가능하며 개별적인 복사 및 프린트를 통해서만 획득가능하다는 점 역시 연구자의 접근성을 제한해 온 요인으로 지목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양적 부담과 함께 이미 디지털화된 자료를 다시 물리적으로 프린트해서 가져와 연구하고 폐기하는 절차적 부담도 존재하는 셈이다.
한편, 해당 자료들의 활용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아래 [그림 2]는 <통일부 북한자료센터> 웹사이트에서 제목을 제공하는 전체 자료들 중 인권・인도 키워드를 포함한 북한연속간행물을 시계열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를 보면 북한 언론에서 ‘인권’이라는 키워드가 김일성 시기에 의외로 470건(연평균 10.21건)이나 언급됐으며, 김정일 시기 414건(연평균 24.35건), 김정은 시기 1,239건(연평균 137.22건)에 이른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 인권・인도 키워드를 포함한 북한연속간행물 기사의 연도별 분포
또한 [그림 2]를 보면 ‘인권’이 집중적으로 등장했던 시기를 7개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직접적인 내용분석과 함께 위 [그림 3]에서처럼 북한 관련 U.N. 문건, ‘인권’포함 북한 연속간행물, ‘북한인권’포함 대한민국 연구논문과 뉴스기사의 연도별 분포를 함께 검토하면 북한 언론에서 인권이 다루어진 맥락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향후 연구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짧은 사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의 연속간행물은 장기간에 걸친 북한 사회의 변화와 지속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훌륭한 연구 자료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부담들로 인해 개인 연구자들은 이 자료들을 전반적으로 소화해내기 힘든 현실적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광범위하게 획득된 자료가 존재하고 북한에 대한 많은 관심이 여전히 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집중적으로 연구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관계 부처와 연구자들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 Issue Brief는 집필자의 견해를 토대로 작성된 것으로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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